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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11 00: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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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문화 속에 되살린 텃밭문화


남종면에 위치한 ‘파머스 대디’는 유리온실로 된 카페뿐만 아니라 카페를 둘러싸고 있는 풍경 전체가 유럽의 멋진 전원을 연상케 한다. 카페 주인은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비롯해 상암동 듀스빌 오피스텔, 평택 북시티, 인천공항, 용인의 알렉스 더 커피 등을 디자인한 유명 건축가 최시형(61) 씨다. ‘파머스 대디’는 그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땅 약 6600㎡를 4년에 걸쳐 손수 디자인하고 일궈 만든 ‘밭’의 이름이다. 
그는 2013년 가을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인 ‘텃밭문화’ 프로젝트에서 광장 전체를 밭으로 디자인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 배추, 무, 쪽파, 당근, 부추 등 신선한 먹을거리가 자라는 우리네 텃밭에는 곤충이 싫어하는 꽃인 마리골드와 허브가 함께 심어져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밭의 기능과 정원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기쁨을 동시에 가져다줬다. 

‘파머스 대디’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꽃이 피고 열매를 수확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그의 밭에서는 대나무와 색색의 철근이 지지대로, 넝쿨 식물을 잇는 아치로 사용되고 있다. 

최시형 씨는 월간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이처럼 밭으로 눈길을 돌린 것은 현대인이 산업화의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난파된 배의 난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가 저를 지치게 한 것 같아요. 대한민국은 모든 게 빠릅니다. 건축도 예외가 아니에요. 일에 지쳐 업계를 떠나고 싶었지만, 어디를 기웃거려보아도 슈퍼맨과 슈퍼우먼 천지였어요. 어딜 가도 슈퍼맨, 슈퍼우먼이 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거더군요. 그러다가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서양의 ‘가든’은 사색의 공간입니다. 철학자들은 정원을 거닐며 사색에 잠겼죠. ‘느리게 문화’입니다. 이것이 ‘빨리빨리’에 지친 슈퍼맨들의 삶에 리듬을 되찾아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네 텃밭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는 “농촌 풍경을 그리라고 하면 아이들은 죄다 둥그런 비닐하우스만 그린다”며 “우리의 밭에 개성을 되찾아주고 싶다”고 했다. 

“제가 디자인하고 가꾼 밭을 롤모델 삼아 밭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밭의 가장자리에 예쁜 꽃이 피어나고, 한켠에는 옹기종기 예쁜 화분과 모종삽을 판매하는 정도의 아이디어만으로도 밭은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땅’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것입니다. 원두막처럼 오가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더 좋겠고요.”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삼성리 380
                                                               촬영 편집 남경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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