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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11 08: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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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밖에서]

배움의 ‘골든룰’을 찾아서

학생들에게 퀴즈를 하나 냈다. “올림픽에서 제일 많이 메달을 딴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러면서 동시에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사람은?” 학생들은 알 것 같으면서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눈치였다. 이름의 첫 글자만 기억난다는 학생도 있었다. 정답은 바로 마이클 펠프스다. 한 번쯤 들어봤을 이 이름. 그는 미국의 수영 선수다.
한 때 박태환 선수와 경쟁을 펼치기도 한 마이클 펠프스. 필자는 그에 대해 그냥 몸이 수영에 특화해서 좀 특별하고, 운동을 많이 한 선수로 기억했다. 키도 크고 물속에서 숨을 오래 참는구나 정도. 그런데 최근 『골든룰』(밥 보먼·찰스 버틀러, 매일경제신문사) 책을 읽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이클 펠프스는 매일 탁월해지기 위해 어렸을 적부터 끊임없이 수영에 매달려왔고, 수영을 정말 사랑하는 선수였다. 특히 마이클 펠프스는 밥 보먼이라는 코치를 만나 수영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책에서 코치 밥 보먼은 마이클 펠프스를 어떻게 훌륭한 선수로 만들었는지 10가지 ‘골든룰’을 소개한다. 마이클 펠프스는 10살 때 밥 보먼을 만나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다. 코치와 선수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학생과 교사의 관계, 더 나아가 배움을 고민하게 되었다. 과연 배움에도 골든룰이라는 게 있을까?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을 위해서 골든룰을 알려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골든룰』이라는 책을 쓴 밥 보먼은 확신한다. 이 규칙들만 따르면 당신이 사업을 하든, 학생을 가르치든, 운동을 하든, 예술을 하든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마이클 펠프스는 올림픽 메달을 위해 수영을 한 게 아니었다. 수영을 사랑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면 좋겠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수십 만 번의 스트로크를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어렸을 때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고 있어 집중을 잘 못하는 편이었다. 수영을 한 이유도 ADHD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덴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주위의 환경, 더 나은 선수의 출현, 뜻밖의 실수 등 다양하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한 건 본인의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상수다. 변수는 어쩔 수 없는 돌발 상황으로 다가오지만 상수는 변하지 않게끔 할 수 있다. 골든룰의 핵심은 하루하루 탁월해짐으로써 먼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배움도 분명 마찬가지다.
학생들을 상담하다 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학생들은 배움을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지식으로 간주할 때가 많다. 물론 성장하는 단계에서, 잘 모르는 상황에서 주위의 상황을 탓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배움이란 내부에서 일어나는 탈피 과정이다. 기존의 관습과 편견을 버리려는 발버둥이야말로 배움이다.
특히 배움에 대한 태도야말로 좋은 결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배움을 어떠한 자세로 대하느냐에 따라 성적은 달라진다. 성공과 메달을 위해 공부한 학생들은 결코 창의적인 솔루션을 발견하지 못한다.
교사란 코치이고, 인생의 멘토이다. 학생은 선수이고, 삶의 멘티이다. 학생이 교사가 되고, 멘티가 멘토가 된다. 때론 교사가 학생이 되고, 멘토가 멘티가 된다. 문제가 답이 되고, 답이 거꾸로 문제로 변하기도 한다. 배운다는 건 느낀다는 것이고, 그 느낌의 총체를 삶의 태도로 확립한다는 의미다. 내가 학생이자 멘티이고, 교사이자 멘토라는 사실을 깨닫는 게 필요하다.
마이클 펠프스는 많은 메달을 따고 자만한 적이 있다. 대마초를 피우고, 음주 운전을 해 법의 심판과 언론의 지탄을 받았다. 하지만 마이클 펠프스는 수영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훈련을 시작한다. 정상의 수영 선수에서 은퇴했던 그는 다시 밥 보먼을 찾아간다. 새로운 도전과 비전을 위해서다. 그렇게 탄생한 게 올림픽 신기록들과 앞으로는 없을, 최다 메달과 금메달 기록이다.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 인간의 중요한 능력으로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성’ 등이 꼽힌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전 세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갈수록 사회는 복잡성을 넓혀가고, 문제는 일대일에서 다대다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개념과 문제를 유형화 해 학습 받은 학생들은 절대 복잡한 문제 해결 능력과,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몇 달 전 경기도 교육대토론회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혁신학교라는 타이틀이 이젠 고유명사에서 보통명사로 불릴 정도로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초-중-고-대라는 교육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해 아이를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학부모가 많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또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사고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사회에 발을 내밀기도 전에 구조적 모순에 의해 압사당한 것이다. 그 모순이란 학교와 기업의 성과를 위해 학생이 희생되는 구조다. 일반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더 좋은 학교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학생들은 본인이 원하는 교육을 수혜 받지 못하고 있다. 왜 공부를 해야 할까라는 물음조차 없이 교육정책에 의해 방향성을 지시 받는다.
문제를 푸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골든룰』은 강조한다. 수학 문제 하나를 풀더라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훈련했으며, 고민해보았는지를 표현한다는 의미다. 그런 개성들이 모이면 거대한 문화가 된다. 특히 창조적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자유로움을 느껴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 그때야 비로소 골든룰에 따라, 과정이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배움의 골든룰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사들의 역할은 배움이 즐거울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고, 희망을 불어넣어주는 데 있다. 그러다가 어려움이 생기면 같이 고민하고 해결하는 친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배움의 골든룰을 실천하고, 또 누군가는 실천하지 못한다. 그 결과 누군가는 올림픽 최다 (금)메달 리스트가 되고, 또 누군가는 출전조차 못한다.

김재호 성문밖학교 수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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