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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1-30 11:3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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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민저널 비전위원 임창휘
(서울시립대 도시공학 박사수료)

 8월 19일, ‘퇴촌면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의 지역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가평의 ‘요리사의 정원’과 양평 문호리의 ‘리버마켓’을 다녀왔다. 임계식 추진위원장과 이창일 퇴촌면장, 안진근 이장협의회장, 이미순 부녀회장, 함병식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등 30명의 마을리더들은 지역역량강화의 사례를 연구하고, 퇴촌면에 적용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선진지 답사를 진행했다.

?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의 지역역량강화’ 프로그램은 무엇인가?

 2016년에 시작하여 2019년까지 추진되는 ‘퇴촌면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은 농촌지역에 ① 생활서비스(교육/문화/의료/복지 등)를 제공하고, ② 다양한 공동체활동의 중심기능을 강화하고, ③ 지역의 고유자원의 보존 및 활용하여, ④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어, ⑤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업이다.

 56억원 예산의 45억원(약 80%)를 차지하는 기초생활기반확충(주민자치센터 리모델링, 커뮤니티하우스 조성, 종합운동장 정비, 다목적 문화광장 정비, 퇴촌나눔길 정비)이나 지역경관개선(중심가로 경관정비, 상가거리 간판정비, 갈대 생태공원 정비, 생태징검다리 조성)이 물리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하드웨어라면, 지속가능한 발전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주민 활동을 발굴하고 실천조직의 구성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역량강화’(예산 15억원)는 소프트웨어와 같은 역할을 한다.

 퇴촌면에서는 답사를 시작으로 8월과 9월에 ‘마을해설사 과정’과 ‘마을학교(농부장터) 과정’을 진행한다. ‘마을해설사 과정’은 마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이해의 폭을 넓히고, 토마토축제 등 지역의 행사와 농부장터,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방문객에게 마을을 효과적으로 소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농부장터 과정’은 농부장터를 만드는 과정을 이해하고 직접 운영하고 셀러로 활동하기 위한 내용을 교육받게 된다.

 ? 장터를 넘어, 함께하는 공동체의 실험실 ‘리버마켓’

 리버마켓이 열리는 서종면(문호리)은 퇴촌면과 비슷하다. 서종은 양평의 서북쪽 북한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퇴촌과는 팔당호를 두고 멀리 마주보고 있는 마을이다. 서울과 가까워 이주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원주민과의 갈등이 있고, 교육/문화/복지가 부족한 문제까지 많은 면에서 퇴촌과 닮았다.
 
 조용하던 마을을 북적이게 만든 리버마켓은 2014년 4월에 첫 장터를 열었다. 강변을 따라 매달 150여개의 천막 부스가 세우고, 150명의 셀러들이 직접 만든 물건들을 사고 판다. 농산물, 수공예품, 옷, 커피와 차, 다양한 발효식품 등 가게마다 제각기 다른 개성과 감성이 반짝거린다. 셀러들은 예술가와 농부들이 대부분이고, 그 중 70%는 양평에서 사는 이들이다. 셀러의 주거지와 장터가 멀수록 추가적인 비용(교통비, 숙박비_1박2일 진행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 사는 셀러의 참여를 추구한다. 퇴촌에서도 ‘토마토총각네’라는 이름으로 1명의 셀러가 참여하고 있었다. 그는 퇴촌에서 토마토농사를 짓는 총각으로 직접 재배한 토마토를 활용하여 효소, 김치, 고추장 등을 판매하고 있다.

 리머마켓에는 흰 머리에 벙거지 모자를 쓰고, 휴식을 넘어 배우러온 이들을 맞이하는 ‘예술가’ 같기도 하고 ‘도인’ 같기도 한 사람이 있다. 일명 ‘캐논아빠’라고 불리는 감독님은 리버마켓을 처음 기획하고, 지금까지 지키고 발전시키는 사람이다. 공연기획자로 일하다가 양평으로 온지 10년, 그는 “양평의 일거리가 없는 노인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주고, 양평의 좋은 식재료를 알리기 위해서” 리버마켓을 열었다고 한다. 한 푼의 급여도 챙기지 않는 그는 이제 “나에게 소명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리버마켓은 장터를 넘어, 다양하고 풍부한 문화가 있고, 공동체에 대한 의식과 협동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있다. 셀러들은 물건만을 팔지 않는다. 음식을 만들다가도 물건을 팔다가도 시간이 되면 휴식을 취하고, 주차관리를 하고, 다른 셀러와 대화를 나눈다. 임대료는 없지만 기부방식으로 돈을 모으고, 모은 돈은 쌓아두지 않고 사용한다. 매번 셀러들은 참가신청을 해야 하고, 천막의 위치는 농산물을 입구에 배치하는 감독의 기획으로 결정한다. 리버마켓에서 돈만을 추구하는듯한 우리들의 삶속에서,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실험실을 만나게 된다.

? 지역역량강화의 방향은 무엇인가?
 
 ① 퇴촌면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에 적합한 목표의 설정과 치밀한 기획이 필요하다. 지역역량강화와 같이 물리적인 결과물도 없고, 평가도 애매한 사업은 진행되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본 사업에 적합한 세부사업을 선정하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야한다. 예를들어 본 사업에서 ‘농부장터’를 만드는 세부사업을 결정했다면, 지역역량강화 프로그램은 퇴촌 주민 중에서 기획자와 셀러들을 발굴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하고, 운영경험을 축적해서, 사업이 마무리되는 2019년에는 리버마켓처럼 자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퇴촌농부장터’를 구축해야 한다.

 ② 기존의 마을 조직 및 프로그램과 더욱 연계해야 한다. 퇴촌은 ‘컨트리마켓’ 등의 프리마켓이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진행중인 ‘마을강사 만들기’ 등의 경험이 있다. 컨트리마켓의 경험과 교훈은 ‘퇴촌농부장터’의 좋은 거름이 되고, ‘마을강사’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사업의 의미 있는 참여자가 될 것이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기획이 중요한 만큼, 경험을 보유한 마을 조직이나 주민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③ 경쟁력 있는 농촌마을을 만들기 위한 실천방안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농부장터’에 농산물을 활용하여 직접 만든 상품을 파는 셀러가 되기 위해서는 가공할 수 있는 공장이 필요하다. 하지만 농부들이 개인적으로 가공공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허가와 공사 등을 하기 위한 큰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마을에 공동공장을 만들어, 셀러들이 개발한 상품을 생산한다면 장기적으로 퇴촌과 ‘농부장터’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 될 것이다. 즉, 한 명의 경쟁력 있는 농부를 키우는 프로그램도 의미가 있지만, 본 사업에서는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농촌마을을 만들기 위한 기반시설 및 시스템의 구축에 대한 고민도 역시 필요하다.

 지역역량강화가 마을의 기반이 되는 사람과 공동체를 키우고, 마을의 여러 활동을 결합하고 협력하는 뼈대가 되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를 기대한다.


                                                                
                                                                 광주시민저널 비전위원 임창휘
                                                                                    

(서울시립대 도시공학 박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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