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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5-01 20: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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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연구소 心地 소장 김이수

세상이 아름답게 저마다의 색으로 아름답게 피어나는 봄, 매번 자연의 놀라운 변화에 감탄하게 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색들이 모여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광이 된다. 하물며 사람 그 존재의 아름다움은 또 어떠할까.

이런 아름다운 봄에 부모님들을 대하면 꼭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사람은 얼마나 다양한 색을 지니고 있는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살아온 삶의 경험을 기준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이해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여 많은 경우 내가 살면서 경험한 색안경으로 자녀의 존재를 바라보면 객관적인 진실을 놓치는 오류를 범하기가 쉽다. 가장 안타까운 건 교육 현장에서 우리는 일관된 몇 가지 기준으로 사람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착하고 성실하고 근면하고 인간성이 좋은 자녀로 성장하길 바라는 우리의 바람을 꽤 냉정하게 바라보면 우리 사회가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잘 수행하며 온갖 억울함을 스스로 견디어내도록 숙련된 을의 사람을 키워내는 교육은 아니었는지 자문하게 된다.

교육의 현장에서 수시로 만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지적되는 학생들. 본인의 의견이 분명하고 호기심이 많고 질문을 잘하고 옳고 그름을 따져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주관을 인정받고 싶었으나 그 뜻이 좌절되어 분노하거나 상처받은 학생인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린 독특한 개성으로 앞에 나서고 대중을 이끄는 리더를 키우고 싶어 하지 않고 적당히 타협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학생으로 무의식적으로 교육하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어떤 이는 움직이고 말하고 행동하고 현실에 부딪쳐 몸으로 지혜를 쌓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성향의 자녀의 경우 부모는 제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아이들 속에서 무난하게 어울리라 잔소리하기 마련이지만 그들은 어디서든 눈에 띄고 대중을 움직일 수 있는 리더의 자질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가만히 있기보다 오히려 그의 강점이 인정되도록 제대로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큰 역할이 주어지고 맡겨져야지만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

또 다른 학생들은 나서기를 싫어하고 꼼꼼히 준비하고 주변 상황을 체크하면서 단단히 기초를 다져가는 내실을 기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부모는 좀 단상에 서서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고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모험을 시도하길 기대하지만 이러한 지도는 자녀에게 불안을 가중시켜 오히려 위축시킨다. 든든한 어른들의 신뢰 속에 하나하나 밟아나가도록 재촉하지 않아야 안정적인 실력을 쌓아갈 수 있다.

질문이 많고 호기심이 강한 자녀, 주어진 과제보다 흥미로운 주제에 몰두하고 자기만의 주제를 파고드는 학생들은 과학과 예술에 강한 전문가가 될 가능성이 높지만 어른들은 그들을 향해 규칙이 없고 예의 바르지 못하다 잔소리를 한다. 좋아하는 주제에 전문적으로 파고들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들이 토론되고 논의되는 합리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해주는 것이 그의 내면의 빛을 발하게 할 수 있다.

따뜻하고 정감 어린 자녀들.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사랑하고 자연을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우리는 모질지 못하고 똑 부러지지 못해 매번 늦고 어리숙하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에 따뜻한 정서와 공감이 필요한 곳에서 꼭 필요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가는 중요한 재원들이다.

수많은 꽃들이 각자의 향기와 빛을 지니고 자신만의 성장을 위한 토양이 필요하다. 선인장에게 물이 해가 되고 연꽃이 건조한 곳에서 피어나지 않는 것처럼 자녀의 온전한 성향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그의 성향에 맡게 지지하고 격려한다면 어떤 성향이든 사회의 꼭 필요한 재원으로 성장하게 할 수 있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어른들의 시선일 뿐이다. 그저 학창 시절 문제없이 고민 없이 성적이 높은 것만이 그의 인생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세상을 비판하고 자신만의 가치관과 생활을 존중할 수 있도록 가르친다면 나대는 자녀는 활발하고 분명한 리더로 소심한 자녀는 안정적이고 내실 있는 능력자로 산만한 자녀는 다양한 주제를 통합해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예술가와 과학자로 어리숙한 자녀는 따뜻하고 공감 어린 사회를 위한 재원으로 공헌할 수 있다.

세상은 변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수많은 사회인을 요구하고 있다. 열쇠는 부모가, 사회가 자라나는 학생들의 진가를 알아보고 존중하며 그가 환하게 빛나는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격려하고 지지해 줄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앞으로 몇 달간 우리는 모두가 경험해보지 못한 한반도의 평화시대가 열리는 것을 생생하게 목도하게 되리라 희망한다. 우리가 꿈꾸었으되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상을 우리의 경험만으로 자녀에게 안내하기 어렵다. 오직 그 존재가 온전히 자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도록 자녀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고 빛나게 하는 것만이 어른들의 책임이다. 단언컨대 공부는 자녀의 몫이기 이전에 부모에게 더 필요하다. 부모가 사람이 아름답게 빛나는 그 순간을 알아보는 마음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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