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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2-28 12: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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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움이 창의·융합의 열쇠이자 SW의 미래다

요즘 아파트 상가를 지나다보면 심심찮게 ‘코딩학원’을 보게 된다. 뭐 원래 있었던 컴퓨터 학원들이 코딩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나 싶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발단이 되었다. 왜냐하면 SW교육을 본격 도입했기 때문이다. 2018학년부터 SW교육은 초1-4학년, 중1학년, 고1학년에 적용된다.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니 이제 모든 학생이 SW교육을 받는다. SW교육의 의무화이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은 '창의적 융합인재' 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창조력이 결합된 통섭형 인재를 길어내겠다는 의지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현장에서부터 노력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창의'와 '융합'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더 나아가 SW란 과연 무엇일까? 무언가를 정의한다는 건 개념에 대한 테두리를 설정하는 것이고, 테두리 밖을 배제한다는 역효과를 불러온다. 창의와 융합과 SW는 정의하기가 정말 어렵다.
SW야말로 창의와 융합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SW에는 기획, 설계, 실행, 논리, 디자인, 검증, 마케팅, 보수 등 사실 우리가 아는 모든 게 들어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W란 말은 1953년에 수학과 통계학 전공 교수인 존 터키 박사가 데이터 분석과 계산의 측면에서 고안해낸 말이다. 그는 비트(bit)라는 말도 만들었다. 이즈음에 인공지능이란 말도 생겨났으니 인간의 능력이 점점 고도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SW는 만질 수 없는 일련의 지시·명령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엔 디지털 콘텐츠의 의미까지 합해져 광의의 의미로 SW가 사용되고 있다.
SW의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우리 실생활은 웹(PC)에서 앱(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다. 아마도 언젠가 모든 플랫폼이 웹에서 앱으로 완전히 전환될 것이다. 인터넷은 유선에서 무선으로 그 외연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못 하는 일은 없다. 쇼핑, TV시청, 영화감상, 노래듣기, 게임, 학습, 메일, 결제, 노트, 디자인, 소통 등 모든 것이 내 손안에서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SW를 모르면 디지털 문맹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아이에게 SW교육을 시키고 싶다면 오히려 자유로움을 주는 게 훨씬 낫다. 자유로움이란 사물에 대한 애정으로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여유를 준다. 다빈치는 세상에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보려는 사람, 보여주면 보는 사람, 보여줘도 안 보는 사람. 보려는 태도가 창의성을 꽃피운다. SW교육의 내용을 살펴보면 '기초 소양', '저작권', '정보 윤리', '놀이 중심 알고리즘 체험' 등이 눈에 띈다. 공교육의 차원에서 SW가 지향하는 바를 잘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SW는 어느 한 방향으로 수렴될 수 없는 자유로움을 토대로 하고 있다.
우리가 대부분 사용하는 컴퓨터OS는 윈도우 체제이지만, 그 반대에 놓여 있는 건 리눅스이다. 리눅스는 PC의 공개운영체제로 핀란드 헬싱키대학에 재학 중이던 리누스 토르발스(Linus Torvalds)가 만들었다. 그는 무료로 리눅스를 배포했다. 소스코드는 공개되어 수백만의 개발자들이 보완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독점적으로 운영되는 체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향상되는 시스템. 과연 둘 중에 어떤 시스템이 더 나아질지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혁신이라는 측면에선 후자가 더 바람직하다. SW의 본질은 바로 자유로움에 기반 한 혁신에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진행되는 SW교육은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다. 디지털 격차를 없앤다는 차원에서 말이다. 그러나 SW를 통해 정말로 창의적이고 융합 마인드를 가진 학생을 길러내고자 한다면 다음을 유념해야 한다. SW교육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교사가 설명한 바대로 그대로 잘 수행하는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받으면 될까? 그런 학생은 모방을 잘 할지언정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 창조에는 이르지 못한다. 또한 누가 SW교육을 담당할 것인가? 현재 교사들의 역량은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SW의 세계를 따라잡기엔 관료적 SW교육은 소프트하지 못하고 하드하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수시로 SW의 세계를 접하도록 하라고 답하고 싶다. 이런 저런 SW가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면 알아서 관심을 갖게 되고 배울 의지를 갖출 수 있다. 프랑스의 ‘에콜42’이라는 IT 창업 전문교육 기관은 교재도 교사도 없다. 팀워크를 통해 동료들에게서 배운다.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 교사 중심이 아니라 학생 중심의 학습이 이뤄지는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뛰어넘는 연습이야말로 현장에서 원하는 인재상이다.
학생들을 위한 여러 SW교육 사이트들이 있다. <소프트웨어야 놀자>, <엔트리>, <주니어 소프트웨어(koreasw.org)> 등 다양하다. 이와 더불어 더욱 추천하고 싶은 사이트는 SW교육의 대표 격인 와 <오픈튜토리얼스(생활코딩)>이다. 각 사이트별로 프로젝트를 열고 진행 상황도 점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내 아이가 왜 SW를 배워야 하는지부터 고민이 필요하다. 개발자로 성장할 게 아니라면 전문적인 코딩교육을 받을 필요는 없다. 그저 좋은 툴을 잘 활용하는 법만 배우면 된다. 영어전공자로서 수많은 영문학 작품을 이해할 필요는 없고, 생활영어만 잘 하면 되듯이 말이다. 더욱이 SW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IT기기를 잘 다루고 관심이 있다고 해서 좋은 곳에 취업해 잘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 SW개발자들은 월화수목금금금은 물론이고, 임금을 떼이거나, 몸이 망가지는 게 다반수다. 정말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즐기면 될 뿐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창의와 융합, SW는 정의하기가 불가능하다. 이 불가능함 자체가 정의일지 모르겠다. 학생이 정말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창조력을 함양하여, SW를 잘 할 수 있도록 하려면 좋은 SW를 계속 접하고 호기심을 갖는 방법밖에 없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이다. 즉, 교육의 본질에 닿는다는 뜻이다.
SW를 통해 세상을 구하고자 한 재난관리 오픈소스 플랫폼 ‘우샤히디(스와힐리어로 증언, 목격 등을 뜻함)’을 주목해보자. 지진이나 폭력 등 지역사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와 위치 기반 정보를 연결해주는 장이 바로 우샤히디다. 비영리 SW교육 강좌 ‘생활코딩’을 알아가 보자. 그 어떤 외부의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그저 좋아서 시작한 SW교육 운동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좋은 SW가 나와서 세상을 바꿀지 모를 일이다. 그건 바로 어떻게 SW를 교육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재호 성문밖학교 수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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